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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감독·배우가 말한 영화 '명옥'…“미혼모 탈북민의 현실 담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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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기남부하나센터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5-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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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지난 5일 경기남부하나센터에서 만난 영화 ‘명옥’의 이진혁 감독(왼쪽부터), 량진희 배우, 소태영 경기남부하나센터장. 사진 뒤의 칠판 배경에는 북한이탈주민의 어린 자녀들이 영어 수업을 받으며 꾸민 모습이다. 이나경기자

 



삶의 무게 때문에 메말라 버린 이들은 오히려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보는 이들이 대신 눈물 흘리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미혼모 북한이탈주민 여성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한 영화 ‘명옥’의 주인공 또한 그렇다.

 

영화 ‘명옥’은 미국 디트로이트 독립영화제 최우수인권영화상 등을 비롯해 지난 4일엔 중국 상하이독립영화제 여성영화상을 받는 등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영화제에서 명옥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엔 어떤 현실이 담겨있을까. ‘명옥’의 주인공이자 실제 북한이탈주민인 배우 량진희(본명 김량진‧32)씨와 사회복지학과 출신의 이진혁 감독(42), 이번 영화의 공동제작사이자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는 경기남부하나센터의 소태영 센터장 겸 평택YMCA 사무총장(64)을 5일 평택의 경기남부하나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image놀이터씬에서 아역배우(자애)의 연기지도를 하는 이진혁 감독. 본인 제공

 



이 감독은 “해외에서 이렇게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도 “이러한 관심이 무엇보다 한국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수상 소식이 잇따르지만 아직 국내에선 개봉조차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 감독이 ‘명옥’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주위에 ‘이러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했다.


“경기남부하나센터에서 한 달간 사회복지학과 실습을 하던 때에 많은 이들을 목격했습니다. 그들의 삶에 관해 깊게 들여다보고 연구를 하며 북한이탈주민 여성의 삶은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가 겪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속에는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청년, 삶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평범한 중년 등 모두가 한 번쯤은 겪는 어려움이 공통적으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image영화 '명옥' 스틸컷. 경기남부하나센터 제공

 

명옥은 이 감독이 목격한 20~30명가량의 실제 미혼모, 탈북 여성의 삶을 전형화한 캐릭터다. 그중 가장 큰 줄기는 바로 주인공 배우인 량진희씨다. 어린 나이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명옥은 15살이 되던 해 큰돈을 벌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국으로 탈북을 감행한다. 하지만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한 시골로 끌려가 원치 않은 결혼을 한다. 남편의 끝없는 폭행, 폭언 등에 명옥은 뱃속의 아이와 함께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도망친다.

 

진희씨 역시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속아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일련의 일을 겪었다.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일 수도 있는, 명옥의 딸 자애 역시 실제 진희씨의 딸이다.

 

“한국에 처음 도착해 하나원에 있을 때 자애를 낳게 됐어요. 한 달 된 딸을 안고 하나원에서 졸업해 이곳 사회에 발을 디디게 됐습니다. 명옥의 삶이 제 실제 삶과 근접해 있기 때문에, 제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는 우리가 몰랐던, 충격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감독은 “최근의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이 여성이며, 이들의 상당수가 임신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부의 ‘연간 북한이탈주민 입국입원 현황’을 보면 2023년 탈북민 196명 가운데 164명이 여성이다. 통계에는 담기지 못한 ‘찐’ 현실은 무엇일까.

 

image영화 '명옥' 스틸컷. 경기남부하나센터 제공

 

이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북한의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벌게 해준다는 이유로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결혼을 하고 결국 한국으로 탈출한다. 일종의 인신매매 격인데 21세기에 그들이 겪는 삶은 과거 일제강점기 한국 여성들이 겪었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혼모 탈북민으로 겪는 현실은 처참하다.

 

애를 맡길 곳이 없는 명옥이 건물 화장실 청소하는 현장에 아이를 데려가거나 의류 수거함에서 옷을 꺼내 입는 장면, 중국 회화는 수준급으로 하지만 정작 ‘자격증’이 없어 취업하지 못하는 모습은 모두 진희씨가 실제로 겪었던 일화다.

 

제작사로 곁을 같이 해 온 소태영 센터장은 “그들(북한이탈주민)에게 갖는 편견이 크고 강할수록 결국 그들과 어울리게 됐을 때 그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란 것을 알았으면 한다”며 “우리가 시선을 두지 못했을 뿐 주위에는 이러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많으며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도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명옥' 美 디트로이트독립·샌프란시스코영화제 등 32개 해외 영화제서 수상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2458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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